오늘은 지난 2010년 1월, 서일본-큐슈 지방을 여행할 당시 방문했던 구마모토에 대한 여행 후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후에는 지인과 하카타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해서 오전 시간대에 잠깐 돌아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자세하게 적기보다는 가볍게 여행 후기 정도의 느낌으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교통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구마모토 여행 시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구마모토 역에서 여행을 시작
구마모토 공항으로 입국한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로 이동을 하시게 될 텐데요. 저 역시 하카타에 있는 숙소에 거점을 두고 구마모토, 유후인, 벳푸 등을 순회하는 여행 코스를 잡아 돌아다녔습니다. 이번 구마모토 방문 후기는 그중 하나이고요.
하카타 인근 대도시를 방문하는 방법은 크게 기차와 버스로 나뉩니다. 교통비 압박이 있다 보니 기차를 탄다면 JR패스를, 버스를 탄다면 산큐 패스를 준비하셨을 겁니다. 저는 이번에는 오사카와 큐슈 일대를 모두 돌아보기 위해 산인산요북큐슈 패스를 구매해 놓았기 때문에 이번 이동에도 기차, 신칸센을 이용했습니다. 하카타역에서 구마모토까지는 미즈호/사쿠라 등을 탑승할 경우 약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하카타에서 구마모토까지 이동할 수 있는 JR패스로는 산인산요북큐슈패스, 전큐슈패스, 북큐슈패스, JR패스 전국판 등 4가지가 포함되니 참고해 주세요.
JR 구마모토역은 큐슈 신칸센을 포함, 많은 JR 재래선이 들어오는 핵심 정차역이다 보니 역사의 규모도 상당한 편입니다. 도심에서 약간 거리가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전차로 10분 내외면 도심에 닿다 보니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긴 하죠. 제가 구마모토를 방문한 날이 1월 4일이었는데, 이때가 일본의 연휴에 해당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역에 사람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다시 해 드릴게요.
구마모토 역을 나와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전차 승강장이 있습니다. 무려 오버액션 토끼가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래핑 전차가 당첨되었군요. 구마모토 여행에는 사실 이 전차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구마모토의 핵심 스폿을 다 지나가게 됩니다. 실제로 저도 이날 구마모토 여행에서 전차 이외의 다른 교통수단은 전혀 타지 않았거든요.
구마모토 전차는 무려 192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엄청난 역사를 지닌 전차라고 합니다. 초기 영업 단계에서는 1번부터 7번까지의 계통으로 이룸이 붙여져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2번 계통과 3번 계통만 남아 각각 지금의 A 계통, B 계통으로 이름을 바꾸어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켄군마치(26)~카라시마쵸(8) 사이의 노선은 공유하며 카라시마쵸에서 각각 A 노선은 구마모토역(3) 방향으로, B 노선은 카미구마모토역(B1) 방향으로 갈라집니다. 구마모토 역을 전차로 여행할 경우 중요 거점이 되는 역은 3번의 구마모토 역, 10번의 구마모토성역, 11번의 토리초스지역, 12번의 스이도초역, 18번의 스이젠지공원역 정도가 되겠습니다.
# 구마모토 역(3) : JR구마모토 역. 타 도시로의 기차 이동시 중심지.
# 구마모토성역(10) : 구마모토성, 조사이엔 상점가, 구마모토 시청(전망대)
# 토리초스지역(11) : 시모토리 아케이드 상점가
# 스이도초역(12) : 쿠마몬 스퀘어
# 스이젠지 공원 : 스이젠지공원
구마모토 전차는 1회 탑승 시 170엔이며, 1일 이용권은 500엔입니다. 구마모토 여행할 때 아무리 못 해도 3번은 무조건 전차를 탈 것이므로 별 걱정 없이 바로 1일권을 구매하셔도 손해는 보진 않습니다. 저처럼 딱 3번만 탈 거면 그 돈이 그 돈이라 굳이 안 사셔도 10엔 차이이니 그러려니 하고 다니셔도 상관은 없긴 해요. 1일 전차권은 구마모토 역 관광안내소 또는 전차 안에서 바로 구매하시면 되는데, 전차에서 가끔 수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으니 사실 생각이 있으시면 아예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하셔서 오시는 게 나으실 겁니다.
스이젠지 공원으로 이동
구마모토에 도착하여 전차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스이젠지 공원입니다. 공식 명칭은 스이젠지조주엔이지만, 구마모토 시민들도 이렇게 부르지는 않고 스이젠지 공원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곳은 총면적이 약 7만 제곱미터(약 2만 평)에 달하는 대정원으로, 1929년에 국가 명승 및 사적으로 지정된 가치가 높은 공원이라고 합니다. 현지인에게 구마모토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뽑으라면 구마모토성 다음으로 이곳이 많이 언급된다고 하네요.
오늘 구마모토 여행 후기에서 이 캐릭터를 계속 보시게 될 텐데요. 구마모토의 마스코트로 불리는 쿠마몬입니다. 뭔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곰이 색깔만 바꾼 것 같다는 혹평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구마모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만큼 시 차원에서도 계속 푸시를 하고 있습니다. 쿠마몬을 활용한 제품도 계속 출시를 하고 있고요.
스이젠지 공원으로 가는 기에는 짧은 거리의 상점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뭔가를 사도 되긴 하는데, 저는 굳이 사진 않았어요. 어차피 지금 파는 물품 대부분은 나중에 아케이드 거리를 가면 다 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침부터 뭔가를 사서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기도 했거든요.
제가 갔을 당시의 스이젠지 공원의 입장료는 400엔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지금(2021년 06월)도 동일한 400엔이더군요. 아마 당분간은 안 오를것 같기는 한데, 내년쯤 되면 또 모르겠네요. 특별히 할인이 되는 것도 없어서 바로 400엔을 내고 들어갔습니다.
아까 스이젠지 공원에 대해 대략 소개는 해 드렸는데,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원래 스이젠지 공원에는 스이젠지라는 사찰이 있었는데, 1632년에 정원으로 꾸며졌다고 합니다. 이 공원을 조성한 사람이 바로 가토 키요마사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때 한양을 함락시킨 무장으로 알려진 인물이죠. 전쟁이 끝난 후 귀국하여 구마모토에 돌아와 초대 번주로 자리를 잡았던 때에 이 공원과 구마모토 성을 지은 것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즉, 이 공원은 한 가문이 만든 공원이었다는 건데, 그런 것 치고는 규모가 상당한 편이라 놀라웠습니다.
제가 스이젠지 공원에 왔을 때 느꼈던 것 중의 하나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는데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카야마에 있는 고라쿠엔이 생각나서 이전에 찍었던 사진을 비교해 보니 역시나 굉장히 비슷했습니다. 물론 고라쿠엔이 조금 더 건물이나 조경이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죠. 일본식 정원의 느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구마모토의 스이젠지 공원이나, 오카야마의 고라쿠엔에 들려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스이젠지 공원 내에는 이나리 신사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카토 키요마사 이후 영주였던 호소카와 가문의 신사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구마모토에서 가장 신성한 물이 나는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우물 자체를 신격화하여 모시고 있다고 하는데,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그건 잘 체감은 되지 않아서 손만 씻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옆으로는 토리이가 여러 개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약간 교토에 있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 있는 토리이를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하필 이름도 딱 이나리 신사로 겹치기도 하기도 말이죠.
쿠마몬을 만나러, 쿠마몬 스퀘어로
갑자기 왠 인형탈을 쓴 친구가 나타났냐 싶으실 텐데요. 이곳은 쿠마몬 스퀘어라고 하는, 기념품 판매숍 겸 홍보관 정도 되는 곳입니다. 특정일(대부분 주말)이 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저 쿠마몬이 내려와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돌아가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 11시였던 것 같긴 한데, 지금(2021년 06월)은 휴관 중이라고 나와 있어 나중이 되어야 제대로 된 시간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나오는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쿠마몬이 직접 공연을 하러 내려오는 날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고 하죠. 이게 어린이들도 많은데, 어른들도 굉장히 많아요. 온 김에 한 번 보고 가겠다는 느낌인 것 같았습니다. 저 친구가 한참 저기서 사진을 찍어주다가 안에 있는 무대로 들어가는데, 안의 무대가 공간이 없어서 저는 입구 컷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앞에 TV가 설치되어 있어서 TV로 볼 수 있었는데요. 이 공연 자체가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라 사용하는 일본어가 굉장히 쉬운 단어들로 되어 있어서, 기초 일본어를 하실 정도가 되시면 다 알아들으실 수 있을 정도의 공연입니다. 그리고 이 공연이 끝나면 내부 무대는 원래 역할일 기념품 샵으로 돌아가게 되고, 안에서 다양한 기념품을 구경하고 사실 수 있습니다.
구마모토 성과 조사이엔 상점가로 이동
사실 이 때부터 마음이 급해진 게, 하카타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급하게 돌아볼 수밖엔 없었습니다. 여기 도착했을 때가 11시 20분이었는데, 하카타로 돌아가는 신칸센 시간이 13시 조금 넘어서였거든요. 이곳을 다 돌아보고 구마모토 역까지 가는 시간을 합하면 굉장히 빠듯했습니다.
구마모토 성으로 가는 길에는 조사이엔 상점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이라는 공식 명칭이 있긴 한데, 보통 조사이엔 상점가라고 많이 부르더라고요. 이 날 구마모토를 돌아다니면서 이곳이 2번째로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유달리 많이 눈에 띄었는데, 가볍게 산책 겸 나오기에 꽤나 괜찮은 곳이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거리 뒤쪽으로 구마모토 성이 보이는군요.
이곳에서 파는 맛있는 먹거리 중 하나인 고로케도 빼놓을 수 없죠. 성게 고로케(280엔)였는데, 옆에서 똑같은 걸 먹던 일본분께서 약간 비린 맛이 난다고 하는 말이 들리더라고요. 저는 비린맛을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입맛의 소유자인지라 별 문제 없이 잘 먹긴 했습니다. 비린 걸 잘 못 드신다면 다른 맛을 골라서 드시는 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상점가를 구경하면서 고로케도 먹고 천천히 구마모토성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더라고요. 게다가 구마모토 대지진 이후 복원이 아직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성 안으로 들어가는 데도 상당히 줄이 길었습니다. 결국 겉에서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구마모토 역으로 향했습니다.
구마모토를 떠나며
짧은 구마모토 여행을 끝내고 다시 하카타로 돌아갑니다. 이 날 구마모토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던 곳이 바로 구마모토 역이었는데요. 당일 구마모토에서 하카타역으로 가는 신칸센 지정석이 전부 매진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유석을 잡아타고 가야 하는데, 지정석 매진을 보니 자유석도 여유가 별로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앉아서 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카타역에 내리니 그곳도 신칸센을 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마 더 늦게 탔으면 신칸센을 줄 서서 타는 상황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여기까지 구마모토 여행 후기를 보여드렸습니다. 사실 제가 간 곳은 스이젠지 공원, 구마모토 성, 조사이엔 거리, 쿠마몬 스퀘어 정도였는데, 여기에 추가로 더 가실만한 곳을 알려드릴게요. 구마모토 시청 전망대가 구마모토 성 근처에 있으니 같이 들리시면 좋고, 또 그 근처에 시모토리 아케이드로 가시면 엄청난 규모의 상점 거리에서 쇼핑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마모토가 라멘도 유명하니, 라멘도 한 그릇 드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구마모토는 시내 관광만 할 거라면 스이젠지 공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행 스폿이 구마모토 성 주변에 다 모여있기 때문에 이동 거리는 그렇게 길지 않은 편입니다. 충분히 하루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죠. 구마모토 주변의 아소 화산지대나 료칸 등과 묶어서 1박 2일 코스로 가시는 방법도 추천드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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