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후기에서는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이동해서 이틀간 머물렀습니다. 이제 오사카로 이동해서 오사카 시내, 교토, 히메지, 고베 지역을 돌아보는 일정을 시작합니다. 우선 이번 글에서는 오사카 시내 지역 후기를 소개해 드리고, 다음 글에서 교토, 히메지, 고베 지역의 코스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사카로 이동
도쿄와 신오사카역을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Tokaido Shinkansen)은 노조미, 히카리, 고다마의 3개 등급으로 운행합니다. 앞의 등급으로 갈수록 정차역이 적어 소요 시간도 더 짧은데요. 안타깝게도 JR패스 전국판으로는 히카리와 고다마 열차 등급만 탑승하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래서 히카리 등급의 열차를 타고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했어요. 당시 제가 탔던 히카리 467호 열차는 현재 사라지고, 지금은 히카리 507호로 변경되어 운행하면서 소요 시간이 약간 더 짧아졌습니다.
신칸센의 경우 JR패스만 가지고 있으면 개찰구는 통과할 수 있고 열차 내의 자유석에 앉으면 굳이 검표를 하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차피 유효한 티켓이 없으면 개찰구 자체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노려 노조미 자유석에 냅다 탑승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걸리면 운임을 지불해야 하고 심한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원칙은 지켜서 탑승하시면 좋겠네요.
일본 최고(最古)의 절, 시텐노지
오사카 도착 후 가장 먼저 들린 곳은 텐노지 지역입니다. 신오사카에서 텐노지역까지는 오사카 메트로 미도스지선으로 이동하시거나, JR선을 통해 오사카역을 경유하여 텐노지역까지 오실 수 있습니다. 오사카 시내를 돌아보는 경우 JR이 가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보니 저는 오사카 지하철 1일권을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사카항이나 코모스퀘어, 신사이바시 등으로 쉽게 갈 수 있으며, JR이 가기는 하는데 노선이 영 불편한 난바 지역의 접근도 오사카 메트로를 통해서라면 꽤 편하게 가능합니다. 보통 오사카 여행을 오시면 주유패스를 통한 여행 스폿 입장 또는 체험을 하시는 경우가 많으니, 주유 패스에 포함된 오사카 메트로 이용 기능을 쓰셔도 괜찮고요.;
시텐노지(사천왕사)는 일본 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절로 알려져 있으며, 백제의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593년경에 건축이 완료되었는데, 강당, 탑, 문, 금당이 일자로 배치되어있는 백제의 가람 배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중간의 소실 및 재건을 거치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하죠. 다만 복원 과정에서 일부 건물을 콘크리트로 지어버리면서 기존의 흔적이 많이 사라진 점은 아쉽습니다.
텐노지 지역 자체는 그렇게 번화한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주거지 정도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네요. 하지만 차분히 지역을 돌아보게 되면 꽤나 괜찮고 매력 있는 동네라고 생각하시게 될 거예요. 텐노지 시장과 상점가, 동물원, 시립 미술관, 그리고 전망대인 아베노 하루카스와 쇼핑몰까지 모여 있어 신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곳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오사카의 핫 스트리트,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
다음으로 찾은 곳은 번화가인 도톤보리, 신사이바시 지역입니다. 엄격하게 따지면 수로 북쪽으로의 시장 구역이 신사이바시, 수로를 포함한 남쪽 지역이 도톤보리이기는 한데, 굳이 이걸 자세히 따지지는 않는 편이긴 합니다. 일본 현지인들도 대부분 섞어서 부르다 보니 사실상 동의어와 비슷한 느낌이 되어 버렸어요. 여하튼 이곳은 해외 여행객에게는 필수적으로 들려야 할 번화가로 손꼽히는데, 그건 일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쇼핑과 다이닝이 모두 가능한 곳으로 워낙에 가게 수가 많다보니 그만큼 사람들도 많이 몰리게 되었고, 점심 이전부터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죠.
대부분 도톤보리 지역에 오시면 이 글리코 상을 꼭 사진으로 담아가실 만큼 유명하죠. 이 글리코 상 덕분에 글리코라는 이름은 해외 각지에 알려지게 되었겠죠? 사진을 찍기 위해 올라오는 다리인 "에비스바시"는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저는 이른 시간에 찾아와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오후 시간이 되어갈수록 사람들이 온 거리에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러면서 가게들도 활기를 찾고 영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죠. 이 수로를 따라 이동하는 크루즈가 주간과 야간에 모두 진행되는데, 주유패스로 둘 중의 하나를 이용하실 수 있으므로 야간에 시간과 좌석 여유가 있다면 이용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1시간 내외의 짧은 코스이기는 하지만, 배를 타고 가면서 도심부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이 있는 코스이니깐요.
사진에는 없지만 도톤보리의 드럭 스토어에서 앞으로 쓸 생필품을 몇 가지 사고, 식사를 하러 왔습니다. 이치란은 신사이바시역 앞에 하나, 도톤보리 거리 양 옆에 각각 하나씩 총 3곳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치란은 프랜차이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점별 맛 차이가 정말 안 나는 곳 중의 하나이므로 아무 데나 가셔도 비슷하실 겁니다.
이치란 라멘은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장점은 사골 육수의 진한 맛, 그리고 라멘 자체를 어느 정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면의 삶은 정도나 매운 수준, 파나 고명의 추가 등도 가능합니다. 단점은 사골 육수 베이스로 인해 향에 민감하신 분들은 좀 거북하게 느끼실 수 있다는 점인데요. 저는 못 먹는 게 없고 향도 별로 신경을 안 써서 몰랐는데, 다른 후기들을 보면 이 냄새가 좀 거슬린다는 의견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일본 라멘 자체가 전체적으로 다 돼지육수를 쓰기 때문에 비슷한 특징일 수밖에 없고, 그게 싫으시다면 미소 라멘이나 시오 라멘 등을 찾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흔한 라멘은 아니라는 점이 아쉽죠. 여하튼 저는 잘 먹고 호텔로 돌아가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사카 여행 2일 차, 오사카 성부터 시작
이틀을 건너뛴 아침이 밝았습니다. 중간의 이틀은 교토와 히메지, 고베를 다녀온 일정이라, 그다음 날인 이때의 오사카 여행 코스를 마저 소개해 드리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서 뒤의 내용을 당겨왔습니다. 일단 저는 아침에 조식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식이 호텔을 결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죠?
가장 먼저 온 곳은 오사카성입니다. 오사카성은 히메지성과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으로 불리고 있는 규모가 매우 큰 성이긴 합니다만, 다른 두 성과 달리 현대에 새롭게 복원하였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최초 오사카성이 세워진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였으며, 당시 이곳에 성을 세우고 자신의 거점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도쿠카와 이에야스에 의해 기존의 도요토미 세력이 패배하면서 성은 모두 불타 없어졌고 주변 지역도 상당 부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그 후 17세기에 다시 재건되었으나 4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낙뢰 화재로 전소되었으며, 이후 1930년대에 콘크리트 구조로 다시 지었으나 1945년에 미군에 의해 폭격되어 또다시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오사카성은 일제 패망 후 다시 지은 것으로, 내부에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될 만큼 초현대건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대신 오사카성에서는 오사카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과, 오사카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천수각 입장료는 600엔으로, 주유패스가 있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오사카 주요 스폿의 입장료가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주유패스를 사서 하루 4~5곳 정도만 돌아보면 거의 본전은 뽑힌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사카성 주변은 공원도 넓게 조성되어 있어 산책 겸 나오는 현지 일본인들의 방문도 상당히 많은 편이며, 플리 마켓이나 포장마차 음식 판매대도 열리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사카성 주변으로는 많은 지하철과 JR이 지나갑니다. 케이한 전철과 타니마치선이 지나가는 텐마바시역, 추오선과 나가호리선, JR 환상선(Loop)이 지나가는 모리노미야역, JR환상선의 오사카조코엔역, 나가호리선이 지나가는 오사카비즈니스파크역 등 4곳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열차 티켓 또는 오는 방향에 따라 편한 역을 선택하시면 되며, 역 별로 오사카성까지 약간의 거리 차이는 있으나 어차피 오사카 성을 끼고 있는 공원과 정원을 같이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어느 역에서 내려도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근처에 위치한 오사카 역사박물관
오사카 역사박물관은 오사카 성이 위치한 공원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총 10층으로 되어 있는 상당한 높이의 박물관으로, 오사카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들어가시면 가장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관람하라고 코스 자체가 짜여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입장료는 600엔이며, 주유 패스가 있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주유 패스가 없다면 오사카 천수각과의 통합권을 1,000에 팔고 있으니 구매하시면 200엔을 아끼실 수 있습니다.
오사카 역사박물관은 말씀드린 대로 오사카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관련된 물품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제가 가 본 일본의 박물관 중에서 가장 볼만한 곳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하는 방식이나 동선이 다른 곳들에 비해 관람객에게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공간도 충분히 여유 있게 배치되어 있어 답답하지도 않고, 외국어로 번역도 잘 되어 있어 내용을 충분히 보면서 갈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체험을 할 수 있는 코스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어린이들을 위한 유물 발굴 체험도 가능하고, 이처럼 근대와 현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모습도 있어 조금 더 관람객에게 깊게 체감되도록 준비한 노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조금 더 실제적인 느낌이 든다고 하면 맞을 것 같아요.
보너스. 추가로 가볼 만한 곳 추천
이후로는 오사카에 사는 친구와 만나는 일정이 있어 이곳까지만 돌아보고 에사카 지역으로 이동한 후 식사하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이 다음날이 히로시마로 이동하는 일정이라 짐을 미리 정리해야 해서 일찍 들어간 것도 있죠. 마지막으로 아래에 붙여놓은 사진은 이때 갔던 것은 아니고, 2018년과 2020년에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찍었던 곳들과 대략적인 정보를 같이 정리해 놓았습니다. 오사카 시내 여행을 하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텐노지 야간 개장(매년 12월 31일)
일본은 새해를 절이나 신사에서 보내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텐노지 역시 해가 넘어가는 날 밤에는 24시간 개방해 놓는데요. 이 사진은 2019년 12월 31일에 찍은 것으로, 출장 때문에 일본에 가 있는 기간이어서 시텐노지에서 202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만큼은 지하철이 멈추지 않고 15분~60분 내외의 간격으로 밤새도록 운행을 계속해서 돌아다니는데 크게 부담은 없었습니다.
오사카항, 덴포잔, 코스모 스퀘어
이 사진 역시 2020년 1월 일본 출장 당시 들려서 찍은 것으로, 일본의 서부에 위치한 오사카항 일대에 있는 덴포잔 지역의 모습입니다. 이곳에 위치한 대관람차가 워낙 유명하고, 또한 마켓 플레이스라는 쇼핑 아웃렛이 있어 쇼핑하기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아쿠아리움(카이유칸)과 유람선 탑승이 가능한 선착장이 있는데, 유람선은 주유패스로 무료 승선이 가능하다 보니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지금은 중단된 오사카와 부산을 잇는 페리의 종작지가 바로 이곳 오사카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음 후기에서 교토 여행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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