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9년 9월에 방문했던 야마구치 현의 후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여기서 소개할 곳은 야마구치역 주변 또는 유다온센과 같은 일반적으로 많이 가는 곳은 아닙니다. 바로 하기 지역인데요. 본격적인 후기 소개에 앞서 이 곳에 가실 경우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냥 별 생각없이 여행을 위한 곳은 아니기 때문이죠. 바로 시작해 볼까요?
하기까지 가는 방법
하카타역에서 하기역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기 때문에 이 곳에 가시려면 아침 일찍 움직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를 더 투자할 만한 곳도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당일치기로 다녀오실 계획을 잡으시는 것이 좋으며, 굳이 야마구치에서 하루 숙박을 하실 생각이라면 야마구치역 또는 유다온센 부근까지는 나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당시 하카타역에서 출발하는 경로를 소개해 드리겠으며, 다른 곳에서 오시는 경우라면 구글 지도를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첫번째. JR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하카타역에서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첫번째는 위의 지도에 실선으로 표시된 루트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우선 하카타역에서 신야마구치역까지 신칸센으로 이동, 신야마구치역에서 야마구치역까지 재래선 이용, 그리고 야마구치역에서 버스를 타고 히가시하기역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기차, 버스 시간만 잘 맞추면 소요 시간 자체는 가장 짧은 편이고 편한 방법입니다.
하기 방문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 일대를 커버하는 JR패스(산요산인패스, 히로시마야마구치패스 등)를 가지고 계실텐데, JR 패스로 유다온센-야마구치-하기를 운행하는 JR버스를 무료로 탑승하실 수 있습니다. 하차시에 보여주시면 되긴 하는데, 탑승하시면서 미리 JR패스가 가능한 버스인지를 확인하고 탑승하시면 되겠습니다. 버스 시간표는 아래를 참고해 주시면 되며, 빨간색 표시된 것은 토, 일, 공휴일 등에는 운행하지 않습니다(2021년 기준). JR 주코쿠 버스 홈페이지
유다온센역(출발) | 야마구치역(출발) | 히가시하기역(도착) |
06:40 | 08:07 | |
09:00 | 09:17 | 10:44 |
10:30 | 11:57 | |
12:00 | 13:27 | |
13:40 | 15:07 | |
14:50 | 16:17 | |
16:15 | 16:32 | 17:59 |
17:44 | 19:11 | |
19:50 | 21:17 |
히가시하기역(출발) | 야마구치역(도착) | 유다온센역(도착) |
06:15 | 07:47 | 08:02 |
08:05 | 09:37 | 09:52 |
09:30 | 11:02 | 11:17 |
11:45 | 13:17 | 13:32 |
13:30 | 15:02 | 15:17 |
14:20 | 15:52 | 16:07 |
16:00 | 17:32 | 17:47 |
17:15 | 18:47 | 19:02 |
18:40 | 20:09 |
두번째. 신칸센+전철만으로 이동하는 방법
두 번째 방법은 앞의 JR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신칸센과 전철만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하카타에서 신칸센으로 아사역까지 이동, 아사역에서 미네선 일반 열차를 타고 나가토시역으로 이동, 그리고 나가토시역에서 히가시하기역까지 산인 본선 일반 열차를 타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2019년 하기 방문 때 제가 이동했던 루트로 차량 정체 등으로 인한 시간 지연 가능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는 기존보다 열차 대기 시간이 훨씬 길어지게 되어 추천드리기는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나중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 열차 다이얼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그 때는 다시 검토를 해 볼만한 경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하기로 가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해 드렸습니다. 시간표와 노선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구글 맵에서 다시금 조회를 해 보시는 방법도 권장드리겠습니다. 아래에는 하기에 다녀온 후기와 사진을 위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이 곳은 어느 정도 사전 공부를 하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기 방문 후기
하카타역에서 아사역까지는 신칸센으로 이동하는데 "고다마" 등급만 정차하고 있어, 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하카타역역에서 신오사카역 방향으로 가는 고다마 등급 첫 열차는 헬로키티 신칸센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이건 2021년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헬로키티 버전이 오래되어 조만간 바뀌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아직 정확한 계획이 나온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신칸센을 타고 아사역으로 이동, 다시 아사역에서 재래선으로 환승해서 하기 지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제가 탔을 당시에는 아사역에서 히가시하기역행 재래선 열차가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환승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다이얼이 개편되어 중간의 나가토시역에서 약 50분의 대기 후 환승을 해야 하는 것으로 조회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비해 약 40분 가량 더 시간이 소요되게 되면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에 비해 메리트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별도의 다이얼 변경이 없다면 지금 소개해 드리는 것은 참고로만 봐 주시고, JR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약 2시간 30분 가량을 이동해 하기역에 도착했습니다. 하기 방문시에는 하기역 또는 히가시하기역 둘 중 한 곳에 내리시면 되는데, 저는 히가시하기역에 내렸습니다. 둘 중 어디에서 내려도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마침 히가시하기역에 미즈카제 열차가 서 있는 걸 보고 한 컷 찍어두었습니다. 미즈카제는 JR서일본에서 운영하는 초호화 침대열차로, 1박 2일 코스가 최소 27만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감히 쉽게 도전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가격이긴 하죠. 여기 서 있는 걸 보니 이 날은 산인 지방 1박 2일 코스(오사카-교토-키노사키온천-하기-야마구치)였던 것 같습니다.
히가시하기역으로 나오시면 반드시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두세요. 홈페이지에 적혀 있기는 하지만, 다를 가능성도 있으니깐요. 야마구치역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막차가 빠른 편이기 때문에 이동 스케줄을 잘 고려하여 편성해야 합니다. 유효 범위의 JR패스를 가지고 계시면 JR패스를 내릴 때 제시하시면 됩니다.
또한 하기시 내에서는 하기 순환 버스를 이용하시는 것이 편합니다. 1회 100엔, 1일 이용권 500엔이므로 방문할 지역을 미리 확인하시어 더 저렴한 방법으로 선택하시면 되겠는데요. 저는 탈 때마다 100엔씩 냈습니다. 100엔 버스에 대한 내용은 아래 PDF 파일에 적혀 있으니 참고해 주시면 되며, 약 30분 간격으로 순환합니다.
쇼인 신사
히가시하기역에서 버스로 이동하여 먼저 도착한 곳은 쇼인 신사입니다. 쇼인신사는 하기에서 활동한 사상가인 요시다 쇼인을 모신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요시다 쇼인은 메이지 유신의 주축이 된 인재를 길러낸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문제는 그 인재 중에 이토 히로부미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죠. 애초에 그 제자들이 제국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잡고 실천해 나갔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용서가 안 되는 인물들이죠. 지금까지도 일본 우익 세력들은 요시다 쇼인을 비롯한 이 사람들을 정신적인 모토로 삼고 존경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그가 직접 한국(당시 조선)을 식민지화하자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고, 제국주의 차원의 관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요시다 쇼인 사후, 제자들에 의해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따지면 제국주의 이념의 기초를 제공하였고 정한론의 개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로 부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쇼인 신사에 가서 역사의 한 단면을 살피고 느끼는 것은 상관 없으나, 기도나 소원 비는 등의 행동은 자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쇼인 신사에 합사된 대부분이 제국주의 사상가들이며, 이토 히로부미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쇼인 신사는 쇼카손주쿠와 붙어있습니다. 이 곳은 하기 지역에 위치한 학교로, 요시다 쇼인이 자신의 사상을 가르치고 논의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메이지 유신의 주요 세력들이 길러진 곳이기도 하죠. 이 때문에 메이지 유신과 관련된 유적 중에서는 뒤에 언급할 "하기 메이린 학사"와 더불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쇼카손주쿠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메이지유신 관련)으로 등재되었는데, 침략 전쟁의 사상의 기원이 된 곳이 메이지 유신이라는 이름에 가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죠.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인들은 이 곳을 역사 발전의 장이라 생각하며 별 반감없이 다녀가고 있었지만, 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하기 메이린 학사
다시 순환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하기 메이린 학사로 이동했습니다. 이 곳 역시 메이지 유신의 주역인 인물들이 공부하고 사상을 키워간 곳입니다. 아까 쇼카손주쿠에서 언급한 인물 다수가 포함되어 있어서, 마찬가지로 일본에게는 역사 발전의 중요한 명소로, 한국인에게는 식민지화의 원인을 제공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기 메이린 학사는 일부 공간은 무료로 개방하며, 나머지 공간(2관 지역)은 300엔의 입장료가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유물은 2관에 전시되어 있으므로 시간이 되시면 들어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의 메이지 유신의 기념관 수준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돌다보니 기분이 좀 묘하긴 했습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는 행복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딱 이 곳이 그 말을 대변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단순히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것에 그쳤다면 누가 뭐라 하겠지만, 일본이 당시 보였던 행보는 서양과 마찬가지의 제국주의 전쟁과 침략이었죠. 결국 우리 역시 그 야욕에 희생당하고 말았고요.
여하튼 내부를 가볍게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안에는 자기자랑밖에 없어서 굳이 사진은 안 찍고 나왔으니, 내부가 궁금하시다면 다른 블로그 글을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하기성 쪽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하기성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하기성입니다. 하기 메이린 학사에서 하기역까지는 2.5km(도보 30분) 정도 되는데, 100엔 순환버스로 이동하셔도 되고 도보로 가셔도 됩니다. 저는 산책할 겸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시는 길 오른쪽으로 동해 바다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
하기성 근처에 다 온 것 같습니다. 여느 성과 마찬가지로 물길이 중간에 위치하고 있죠. 이를 해자라고 하는데,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큰 규모의 성은 이보다 더 넓게 해자가 형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해자 이외에 성으로 들어가는 길을 1~2개 정도만 만들어 놓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해자가 성 전체를 둘러싸고 있지는 않은데, 뒷편이 산과 동해로 되어 있어 어차피 천연 요새 형태이니 굳이 안 만든 것 같기도 하네요.
하기성의 입장료는 210엔입니다. 입장권으로 아사모리 하기 저택에도 같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하기성이 건축된 것은 17세기 초반이며, 현재 성곽 이외에 건물은 남아있지 않아 시즈키 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되었습니다. 다른 일본의 성을 생각하시면 실망하실 수는 있으나, 언덕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면 그래도 꽤 괜찮은 곳이긴 합니다.
확실히 공원 형태로 조성을 해 놓아서인지 생각보다는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성터라고 하기에 성곽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내부에 신사나 탑, 토리이를 비롯해 조경도 많이 신경을 쓴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낡은 건물이나 시설에 대한 보수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이었습니다.
하기성터 위에 올라오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요. 당연히 성곽 이외에 건물이 없기 때문에 높이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 시내가 전체적으로 다 보일만큼은 아닙니다. 그냥 주변 경치를 가볍게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죠. 제가 있던 곳이 성곽에서도 제일 높은 곳이었는데요. 하기성은 구조상 성의 양 옆, 해자가 끝나는 부분이 방어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이 곳의 높이를 더 높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하카타로 돌아가는 길
위의 하기성을 마지막으로 하기 지역을 모두 다 돌아보았습니다. 이후로는 하기역으로 이동해서 JR버스를 이용, 야마구치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이 구간을 운행하는 JR버스는 JR패스로 탑승이 가능한데, 하루 운행 편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시간을 미리 확인하시어 역 정류장에서 대기 후 탑승하시면 되겠습니다. 야마구치역까지는 약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하기로 갈때와 올때 모두 이 버스를 이용해서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기 지역은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일반적인 여행지는 아닙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사상적 배경이 된 인물들이 자라고 교육을 받은 곳이기 때문이죠. 쇼인 신사와 하기 메이린 신사, 그리고 가지는 않았지만 이토 히로부미 생가 등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게 볼 수 없는 곳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만약 이 곳에 가신다면,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어떤 곳들인지를 미리 잘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있죠. 피해의 참상의 흔적이 남은 곳을 찾아 다니며 역사 의식을 일깨우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가해를 한 곳을 방문하는 것도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피해와 가해는 결국 반비례의 관계일 수 밖에 없으며, 양 쪽 모두를 봐야 우리의 역사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하기 지역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 내에서도 생기면서 역사 의식을 일깨운 좋은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일본이 메이지유신 근대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죠. 물론 세계문화유산이 지정되어버렸다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군함도를 비롯해 하기 지역 역시 제국주의 역사의 폐단을 발생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부 및 각종 단체 차원에서 이 곳들에 대해 널리 알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죠. 아직 충분한 상황까지는 아닙니다만,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잘못된 역사가 전 세계에 바로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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