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년이나 지난 2016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는 19박 20일의 일본 종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삿포로를 출발해서 각 지역을 경유한 후, 최종 후쿠오카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코스로 잡았었죠. 전체적으로 고루 둘러본다는 측면에서 기대도 되었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 잘 마쳤던 바 있습니다.
JR 전국 패스 여행 일정
제가 2016년 4월에 다녀온 여행의 전체 일정과, 각 여행지별 세부 후기는 아래 글들을 순서대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행 후기를 기초로 하되, 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팁과 정보도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여행 당시가 2016년이라 사진은 과거의 것들이 좀 많긴 한데요. 교통, 시설, 행사 등 업데이트가 된 내용에 대해서는 2021년을 기준으로 최신 정보로 변경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참고가 될 만한 사이트들도 각 글 하단에 배치해 놓았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JR 전국패스 14일권 일본 여행 9 나가사키 후쿠오카
계획 단계
일본 종주를 계획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당시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정도만 다녀왔었기 때문에 가보지 못한 곳들을 한 번에 다 돌아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삿포로를 시작으로 하코다테, 도쿄, 오사카, 교토, 효고(히메지, 고베), 히로시마, 미야자키, 나가사키를 거쳐 최종 하카타에서 일정을 끝내는 코스를 잡아보았고, 다행히 잘 마쳤던 것 같습니다.
이 일정에 있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JR 전국패스의 존재였는데요. 도시를 한 두 곳 정도만 옮겨 다니는 것이라면 차라리 일본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것이 더 낫습니다. 당시 ANA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선 비행기 일부를 5,000~10,000엔 사이에 탈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 모두 비행기가 우월하거든요. 만약 이 이벤트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 일본에 다시 가게 된다면 아키타 등을 갈 때 써먹을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여하튼 JR패스를 통해 신칸센을 비롯한 JR 노선을 다 탈 수 있었기 때문에 대도시간의 여행에 있어 특별히 제한이 될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신칸센 일부 등급(노조미, 미즈호)을 못 타게 하는 부분은 아쉽긴 했지만, 시간만 잘 확인하고 지정석만 끊어놓으면 자리가 없어서 못 탈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JR 전국패스를 썼을 때에는 무조건 여행센터(트윙클 플라자) 또는 매표소(미도리노 마도구치)에서 발권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각 역에 설치된 기계를 통해서 JR패스 및 지정석권을 발권할 수 있고, 개찰구도 티켓을 넣어서 통과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여러모로 편리해진 바가 많습니다. 의외로 JR패스가 JR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는 않고, 각 열차를 공석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JR패스 여행객을 태워 손해를 메우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에 나름의 개선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여행을 할 때보다 확실히 더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계획 단계에서 열차의 시간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 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이 바로 야후 재팬의 transfer information(路線情報)였습니다. 비교적 JR을 비롯한 각 노선의 시간표가 실시간으로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각종 사고로 인해 해당 노선이 지연 또는 운휴 되는 것도 바로 반영되어 표시해 주므로 계획 및 실제 탑승 단계에서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영문 또는 일문으로 검색이 가능하며, 영문 검색 시 약간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일본어로 입력 또는 복사하여 검색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용했던 사이트는 아래에 링크해 두었으니,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차뿐만 아니라 지하철, 버스, 비행기 등도 다 나오기 때문에 필터를 적용하시면 더 세부적인 검색을 하실 수 있습니다.
숙소는 이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그냥 지금의 상황을 고려한 제 생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호텔의 경우 다른 국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제가 느끼기에 일본의 숙소가 가장 저렴하게 조회되고 또 다양하게 조회되는 사이트는 아고다였습니다. 아고다가 인터페이스도 보기가 편하고 가격 쿠폰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 여러모로 많이 지금까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대신 아고다의 경우 비회원으로 예약을 하게 되면 예약 조회와 변경, 취소 절차가 매우 복잡하므로, 무조건 회원 가입하여 쿠폰 혜택도 같이 받으면서 예약도 편하게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여행 경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는 지는 개인 취향의 문제이고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 역시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하루에 5천 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1만 엔은 있어야 안전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현금이 아닌 카드 결제를 선호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일본은 카드 사용이 편리한 곳은 아니다 보니 신중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한 주 5만 엔을 기준으로 경비를 책정합니다. 이 정도로 세워두면 어디에서 더 쓰고 어디에서 덜 쓰는 상황이 발생해도 하루 최대 7,000엔은 넘지 않는다고 보았거든요.
마지막으로 데이터 로밍에 대한 이야기도 해 드릴게요. 저는 해외 유심은 쓰지 않고 LTE 라우터만 사용하는데요. 충전을 따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충전해 놓으면 하루는 거뜬히 쓸 수 있고 특별히 데이터 용량 제한이 없어 걱정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유심의 경우 휴대폰이 듀얼심 지원 모델이 아닌 이상 전화 통화를 위해 유심을 바꿔 끼워주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LTE 라우터가 비용이 비싼 것도 아니고 속도도 꽤 잘 나오는 편이다 보니 저는 무조건 LTE 라우터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여행에서 중점으로 두는 것
제가 해외 여행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가성비 있는 여행, 타이트한 여행, 그리고 볼거리와 체험 위주의 여행입니다. 대충만 살펴봐도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실 법하겠네요. 저는 해외여행이 자주 갈 수 있는 유형의 것이 아니다 보니 한 번 갔을 때 최대한 많은 것을 보면서 비용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언제나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짠 일정을 보면 상당히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중간에 카페도 가고 식당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구루메 투어도 많이 하시던데, 저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좀 먼 사람이긴 해요. 밥도 대충 아무 데나 가서 먹거나 편의점에서 때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 위해서 사전 조사도 많이 하고 교통편도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가는지도 미리 확인을 해 두는 편입니다. 가장 저렴하게 가서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위해 사이트에서 배포하는 쿠폰들도 찾아볼 정도니껀요. 저 같은 여행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을 가진 사람과 함께 가면 그야말로 상극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여행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냥 친한 사람, 잘 아는 사람이라고 같이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닌, 스타일이 맞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아쉬웠던 점
대부분 만족스럽게 여행을 했기 때문에 특별히 아쉬울 것은 없었으나, 중간에 덮친 구마모토 대지진으로 인해 일정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것이 문제였죠. 크게 전진과 본진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우선 전진은 제가 진원지에서 비교적 먼 히로시마에 있어서 잘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당일에 뉴스도 못 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걸 다음날 미야자키로 이동할 때가 되서야 알게 되었죠. 일단 여기에서 일차적으로 멘탈에 타격이 생기면서 상당히 많이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의 본진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개별 미야자키 여행 후기에서 따로 적을까 하다가 적지는 않았던 내용입니다. 새벽 1시 경에 본진이 오는데 당시 미야자키 역 앞에 있는 토요코인에 있었거든요. 땅이 상당히 많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야자키에 진도 5 정도의 지진이 왔다고 데이터 공개가 되었는데, 건물이 양옆으로 계속 흔들리는 것이 느껴져서 진짜 무섭긴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TV를 켜 봤더니 지진이 계속 온다고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판단해서 한참을 깨 있었습니다. 다행히 점점 잠잠해져서 다시 잠들기는 했지만, 참 무서운 경험이었죠.
이 이후에도 문제였던게 다시 하카타로 이동하는 일정이 있었지만 기차가 전부 취소되어 어쩔 도리가 없던 차에 다행히 기차 운행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간신히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소산의 분화 위험이 보고되면서 유후인행 열차는 결국 재개되지 못했기 때문에 유후인은 가지 못하고 하카타 시내에서 하루 종일 가만히 있어야 하기도 했죠. 이때 못 갔던 유후인은 나중에 다시 방문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다행히 대부분의 지역을 다 돌아볼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은 여행 일정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추후 계획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금 JR 전국패스를 이용한 여행을 갈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그때는 갔던 곳은 다 빼고 가보지 못한 곳들 위주로 잡아보려 하는데요. 지금 신칸센이 추가로 건설 중인 구간들도 있으니 이동도 더 편리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홋카이도에 위치한 아바시리나 구시로 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바시리는 무한도전에서도 나왔던 적이 있는데, 바로 유빙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유빙을 직접 올라가 보는 체험과 유람선으로 유빙을 지나가는 코스는 꼭 가보고 싶습니다. 구시로는 습지 제대로 유명하며, 멸종 위기의 동식물도 볼 수 있는 자연의 보고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바시리와 묶어서 2박 3일 정도로 계획을 잡고 살펴보는 것이 괜찮아 보입니다.
도호쿠 지방에서는 아키타와 아오모리, 센다이를 둘러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JR동일본패스를 이용하면 범위에 다 들어가기 때문에 이걸 이용해도 되지만 연속 6일권으로 개정되면서 약간 애매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3곳을 다 둘러보기보다는 1곳 정도만 정해서 이틀 정도 둘러보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도쿄 쪽으로 내려가 치바현을 하루 정도 돌아보는 일정도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그동안 치바를 제대로 가 본 적은 없거든요.
호쿠리쿠 지방의 여행도 포함할 계획입니다. 이미 중간의 오사카, 나고야, 시즈오카 등은 다 둘러보았기 때문에 카나자와, 고마츠, 도야마 등을 신칸센 루트를 따라 통과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지역들이지만, 이곳에 알펜루트와 시라카와코를 비롯한 수많은 여행 스폿이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는 여행지들입니다. 이후에는 시코쿠의 고치현과 도쿠시마, 규슈의 가고시마 정도를 생각 중에 있습니다.
마치며
과연 언제쯤 다시 해외여행을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는 있지만, 확진자수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당장 유의미한 진정세가 나타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못해도 내년 봄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된 해외여행이 조금씩이라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코로나가 빼앗은 우리의 일상은 언제 쯤 돌아올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드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본격적인 해외 여행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동안 갔던 일정도 돌아보고 나중에 어디를 가 볼지도 나름대로 계획해 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뭐라도 자극제가 있어야 열심히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마 해외여행이 본격화되면 각 국가에서 해외 여행객을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많이 펼칠 텐데, 그렇게 되면 다시금 계획을 수정해서 더 좋은 곳들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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